한국 교육 - 대학 입시 유감
요즘 한국은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것 같습니다.
특히 수능 문제 중에 킬러 문항이란 게 있다면서요? 제가 보니 금융 관련 내용도 있더군요. 저도 소시적에 공부를 좀 한 축에 들고 현재 직업도 금융 쪽이라 그 킬러 문항을 봤더니, 그동안 머리가 녹이 슬었겠죠? ㅎㅎㅎ 문제부터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아니 한국 고등학교 수준이 저렇게 높아졌어요? 당연히 아이들은 못 푸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킬러 문항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소위 일타 강사라는 사람들도 있다는군요.
우리 가족이 캐나다 이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 교육이었습니다. 월급쟁이 월급으로는 앞으로 두 아이의 사교육비+유학 비용을 감당할 엄두가 안 났고, 돈이 감당이 된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입시 지옥 속에서 보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교육에 관해서 캐나다 오면서 아내와 몇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우선 아이들 교육의 대원칙은, "캐나다의 시스템을 따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 때문에 캐나다에 와서 한국식 교육을 고집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죠.
이 대원칙에 입각해서:
(1) 학교 공부 이외에 사교육은 없다. 단, 아이가 원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큰 애가 11학년에서 수학을 어려워해서 학교 공부 외에 튜터링을 잠시 시킨 것 이외에는 일체의 사교육은 안 시켰습니다. 공부도 학교 숙제 이외에는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죠.
(2) 운동을 하나 시킨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시합에 나갈 수 있는 수준까지 - 운동을 시키는 이유는, 체력 단련뿐 아니라 기술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훈련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경기 규칙과 판정에 순응하는 준법 정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등등을 길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들은 테니스, 딸은 피겨 스케이팅을 꾸준히 했습니다. 둘 다 지역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수준까지 했죠.
(3) 악기를 하나 시킨다. 이것도 경연에 나갈 수 있는 수준까지 - 둘 다 피아노를 시켰습니다. RCM (Royal Conservatory Music)의 체계를 꾸준히 따라가서 거의 최고 등급까지 시켰습니다. 조그만 지역 콩쿨에서 우승도 했고요. 아들은 특히 음악에 소질이 있어서, 얘를 아예 피아노를 시킬까, 아내가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
(4) 9시에 잠자리에 들게 한다 - 어렸을 때 버릇이 되니까 고등학생이 돼서도 늦어도 10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둘 다 낮에 운동을 하고 온 상태니까 잠이 잘 왔겠죠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캐나다 특히 온타리오주는 별도의 대학 입시가 없기 때문입니다.네, 대학 입학 시험이 없습니다. 오로지 학교 성적, 그것도 11학년 성적을 가지고 대학에 지원을 하고 각 대학은 그것을 기준으로 하고 자체적으로 가진 기준에 따라 학생을 뽑습니다.
각 대학의 각 학과마다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학과를 지원하려면 고등학교 성적이 평균 몇 점 이상은 돼야 하고, 어떤 어떤 과목을 반드시 듣고 몇 점 이상이 돼야 한다라고 말이죠. 물론 좋은 대학, 좋은 학과일수록 점수가 높겠죠.
또 특정 학과 - 예를 들면 건축과 - 에 따라서는 인터뷰도 하고, 포트폴리오도 제출하도록 해서 심사도 하고 하지만, 대학 가기가 정말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프로세스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이 됩니다. 몇 개의 대학, 몇 개의 학과에 지원을 하든 상관이 없죠. 자기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 학과에 다 지원을 해서 웬만하면 몇 개씩 입학 허가를 받습니다. 학생의 고등학교 성적뿐 아니라 봉사활동, 학교써클활동 등에 관한 자료가 지원한 대학 학과에 다 온라인으로 보내집니다.
한국과 다른 점은 대학을 가서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는 겁니다. 입시가 없어서 대학 가는 것은 쉽지만, 대학에 가서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수의 학생이 다른 과로 바꾸거나, 학교를 바꾸거나, 아예 그만두는 학생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진로를 모색해보는 거겠죠.
대학 입시 자체가 없다? 복잡한 한국의 대학 입시, 좀 어떻게 개선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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