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2] 커피, IL DIVO, 그리고 장작불

"여보." 아내가 현관에 나와있다. 근심스런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있다. "총소리 났는데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은 누구야?" "어, 코요테 사냥 중이래. 이제 끝난 것 같아." 아내는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전부터 밤에 코요테 소리 때문에 싸샤를 데리고 나갔다가도 서둘러서 집에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우리 집에도 코요테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실 집 뒤의 숲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슴, 칠면조, 너구리 등을 본 적은 있지만, 그외의 많은 동물이 있을 거라고 추측만 하고 있다. 사실 이 숲을 끝까지 가본 것도 몇 번 되지 않는다.

문 앞에 서있는 아내를 발견한 쌰샤는 혀를 내밀고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아내는 쌰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싸샤를 보는 아내의 눈길은 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춥지. 커피 내려 놨어. 같이 마시자." 센스있고 아름다운 여자다. 결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나에게는 25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부부란 서로를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사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겨울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에 앉았다. 환하게 터진 창들을 통해 눈덮인 뒷마당과 숲이 눈에 들어온다. 40년이 되어가는 집이지만, 내부가 시원하게 설계되어서 밝고 따뜻했다. 장작을 때는 스토브가 공기를 잘 덥혀주고 있었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일디보 (IL DIVO)의 화음이 잘 어울린다. 각자 다른 음색이 모여 화려하고 힘있으며 때로는 장엄한 하모니를 들려주는 그룹이다. 힘있는 Il Divo 리더의 목소리는 마음을 흔드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그 중 한 목소리는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지만, 특색이 있다고 생각했다. 로마 콜로세움에서 밤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들의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쌰샤는 따뜻한 장작 스토브 앞에 누워 열기를 쬐며 엎드려 있다. 눈을 감고 온기를 즐긴다.  Il Divo의 노래는 오래된 뱅 앤 올루프센 (Bang & Olufsen)을 통해 묵직한 저음을 배경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직선적이며 단순한 디자인의 B&O는 그 무게에 걸맞게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중저음을 깔고 그 사이로 튀어나오는 고음이 들을수록 깊은 맛이 있다. 오늘 같은 겨울 날, 장작 난로불 앞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듣을 때 좋은 그런 소리다. 덴마크에서 수제로 만드는 B&O는 디자인과 음색이 좋아서 90년대 미국 유학 시절부터 가지고 싶었지만, 20여년이 지나 서 이베이를 통해 중고로 손에 넣었다. 골동품 수준의 연수이지만, 요즘 오디오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은 여전히 매력있고, 묵직하고 길죽한 스텐레스스틸 재질의 리모콘은 잡을 때마다 명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아내는 항상 머그잔을 두 손으로 잡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파란 머그잔과 잘 어울린다. 네째 손가락에 있는 밋밋한 금반지가 장작 불빛에 반짝인다. 결혼할 것을 약속하고 함께 만들어 낀 약속의 반지다. 다른 어떤 반지보다도 우리 두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다. 당연히 내 손가락에도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다. 소중한 반지다. 커피를 마시면서, Il Divo의 힘찬 화음 가운데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우리 연못은 수달의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