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작은 시골 동네 제퍼. 이곳에 살면서 겪는 일, 생각, 일상을 얘기하는 저의 블로그입니다.
단풍의 계절로 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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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추수감사절 연휴의 일요일 아침입니다. 이제는 아침과 밤에는 기온이 제법 내려가서 난방이 돌아갑니다. 자고나면 단풍이 조금씩 듭니다. 성급한 놈은 먼저 빨갛게 물들어 버렸습니다. 언덕 위에 있는 진짜 단풍나무들은 아직 푸른데 밀입니다. 올 단풍은 예쁠 것 같습니다.
아로니아를 심은지 3년째인 올해, 농사가 말그대로 폭망입니다. 수확량 0. 기껏 50그루에 풀 깎아주는 것 말고는 보살펴주는 것도 없어서 농사라고 하기도 부끄럽지만, 작년에는 제법 수확이 돼서 아는 분들께도 한두 병씩 드리고 했었습니다. 특히 자녀분 시력을 위해 아로니아를 폴란드에서 주문해서 드신다는 분께 선물로 드렸었는데, 맛과 크기가 훨씬 좋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올해는 사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만 이렇게 망해버렸습니다. 올해 이렇게 폭망한 이유는, 꽃에 필 무렵인 4월에 눈폭풍이 오는 바람에 꽃이 제대로 피지 못했고, 덩달아 벌들도 별로 오지를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올해는 예쁜 아로니아 꽃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거의 야생으로 비료주는 것도 없이 키우니까 좋게 말하면 100%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하려면 비닐 하우스를 짓고, 비료도 주고 해야 수확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할 여력은 없습니다.^^ 올해는 그래도 음식쓰레기를 모아서 만든 컴포스트를 주기도 했는데 날씨가 받쳐주지를 않으니 도리가 없었습니다. 많이 실망됩니다. 내년에는 좋은 날씨가 오기를 바라면서 아내와 짬을 내어 주변 정리만 좀 해주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무득 손에 차가운 감촉을 느낀다. 깜빡 졸았었다. 그 사이에 손을 싸샤가 와서 슬쩍 핥았나 보다. 이 녀석은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런 행동을 한다. 싸샤가 그럴 때마다 야단을 치는데, 예기치 않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그 차갑고 축축한 느낌이 썩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싸샤를 귀엽지만 그 축축하게 차가운 느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싸샤에게 집게 손가락 하나를 흔들어 보이며 경고를 준다. 귀여운 허스키 싸샤는 귀를 뒤로 바짝 눕히고 혀를 조금 내민 채 갈색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본다. 웃고 있는 것 같다. 귀여운 모습이지만 그럴 때 절대 싸샤의 눈을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같이 웃어주지도 않으며 싸샤가 내 눈을 피할 때까지 심각하게 노려본다. 내가 자신의 주인임을 기회가 될 때마다 알려주려는 것이다. 허스키들은 무리를 짓는 개인데, 그 무리의 대장 말만 복종한다고 읽었다. 싸샤가 코로 문쪽을 가르킨다. 밖에 나가고 싶다는 신호다. 정신도 차릴 겸, 운동도 할 겸,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대충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쌰사를 데리고 나가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문 옆 옷걸이에 걸어놓은 파카를 입고, 부츠를 신는다. 그 다음 싸샤 목 칼라에 목줄을 건 다음, 장갑을 낀다. 썰매 끌듯이 나를 끌 때 손을 다치지 않기 위해서다. 겨울에 즐겨입는 이 녹색 파카는 참 오래된 다운 파카다. 1990년에 시카고에서 산 초록색 에디 바우어 (Eddie Bauer) 다운파카다. 지금은 소매도 닳고 지퍼 손잡이도 떨어지고 벨크로도 하늘하늘해졌지만, 한 겨울에는 이것 이상가는 것이 없다. 시카고에서 아내가 아들 조나단을 출산하기 전에 큰 맘 먹고 사준 것이다. 2월의 시카고의 칼바람 속에서 갓난아기를 품에 품고 다니기에 넉넉한 사이즈로 큰 것으로 샀었다. 그리고 갓 태어난 조나단을 그 파카를 입고 내 품에 품고 다녔었다. 낡았어도 애착이 가는 파카다. 캐나다의 추운 겨울에 이만한 파카는 없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싸샤가 달려나간다. 나도 넘...
비가 예보되어 있는 주일 오후, 2020년 들어 처음으로 풀깎이에 나섰다. 나의 장비는 2012년에 이사와서 새것으로 구입한 토로(Toro)에서 만든 빨간색 기계다. 마치 탱크처럼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로턴 (Zero Turn)이라고 불리는 기계다. 이놈은 가와사끼에서 만든 23마력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힘이 좋고 빠르다. 깎는 폭은 50인치. 3개의 날을 쓴다. 올해는 풀이 너무 길기 전에 자주 깎아줘야겠다. 풀이 너무 길면 깨끗하게 깎이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전체 풀을 깎는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여 정도다. 3번의 급유가 필요하다. 이놈이 아닌 다른 기계로 깎으면 최소한 1.5배는 더 걸릴 거다. 약간 경사진 곳도 있지만, 힘이 좋아서 부릉부릉 잘 다닌다. 풀을 다 깎고나면 새들이 날아든다. 먹이를 찾기 쉽기 때문일 거다. 깎은 풀은 그대로 두면 자연적으로 비료 역할을 한다. 어느 분이, 잔디에 물을 어떻게 주나요? 라고 묻는데, 물을 주지는 않는다. 골프장처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는 이상 물을 주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너무 잘 자라서 문제다. 어제 비가 왔으니 잔디가 성큼 올라오겠지. 다음 주에 또 깍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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